귀찮아서+수능때문에 한동안 안씀.

이런 허접같은 글 아무도 안기다릴 것 같지만 마무리는 맺어야 하므로 충실한 사명감으로 건반악기에 대해 싸도록 함. 

건반악기란 무엇인가? 건반이 달린 거. 끝.

악기에 지금 형태의 key를 달 생각을 한 사람은 고대 그리스에도 있었음.

히드라울리스, 우리말로 하면 '물 오르간'정도 되는 뜻의 악기인데, 사이즈를 키운 팬피리(목동들이 부는 피리)에 건반을 달아 소리를 내는 악기.


구조상으로 봐 오르간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악기임. 어쨌든 얘가 여차저차 해서 파이프 오르간이 되고 하프시코드가 나오고 클라비코드가 어쩌구저쩌구...

건반악기의 가장 큰 특징은 소리내기가 용이하다는 거. 연주 말고 소리. 

바람 안 불어내도, 운지법 외워가면서 줄 안눌러도 긴 버튼만 살포시 누르면 소리가 저절로 나는 매력적인 메카니즘을 가지고 있음. 

소리를 쉽게 낼 수 있고, 손가락의 움직임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구조이다 보니 어느 악기보다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함. 

그래서 악기의 꽃이 피아노가 된 것이지. 어쨌든 '건반'이라는 메카니즘을 기본으로 해서 다양한 파생악기가 등장함. 

1. 비브라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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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지금부터 소개하는 악기 세개는 타악기임.

근데 왜 건반악기 파트에서 설명하느냐? 거기엔 깊은 사연이 있음...

이 아니라 내가 지난 타악기 글 쓰다가 중간에 찍싸서 여따 쓰는거임ㅋ 대충 건반같이 생긴 애들만 따로 떼어서 여기서 설명하겠음... 

일단 얜 비브라폰. 등장한지 100년도 채 되지 않은 젊은 악기임. 

1920년대에 미국에서 만들어져 재즈악단에게 즐겨 연주되었던 악기임. 

알루미늄 판이 건반 모양으로 배치되어있고, 그 밑에 달린 금속관이 공기를 울려 소리를 내는 구조지. 재질이 금속이라 소리가 차가움. 

이름에 걸맞게 부들부들 부들러 떨리는 맑은 음색이 개성적인 타악기. ...근데 20세기에 만들어진 악기라 클래식 음원이 없엉... 다 재즈밖에 없는듯...




2. 마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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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폰의 일종.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실로폰은 우리가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금속제의 딩동댕하는 악기가 절대 아님.

전국노래자랑 같은데에도 나오는 우리에게 익숙한 그 악기는 사실 글로켄슈필이라는 악기를 개량한 '메탈로폰'이라는 악기임...복잡하네. 

비브라폰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차이점은 음역대가 넓고 음색이 더 둥글둥글하다는(이렇게밖에는 표현 못하겠음) 것.

다행히도 얘는 생상스라는 작곡가가 써줌. 그 유명한 '동물의 사육제'에!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 - '화석' 

  근데 얘는 마림바가 아니라 실로폰이고 생상스가 쓴 것도 실로폰인데...뭐 소리는 비슷하니까 대충 넘어가도 되겠지? 실로폰은 마림바보다 관이 짧음.






림스키 코르사코프 오페라 '술탄 황제의 이야기' - '어리호박벌의 비행(왕벌의 비행)'-마림바 편곡

이건 마림바 맞아.

이같이 음역대도 넓고 속주도 가능해서 마림바는 생각보다 넓게 활용될 수 있는(타악기 주자 오디션에도 자주 사용) 악기임.근데 얘 실수 쩌네.

난 마림바로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협연하는 공연도 본적 있음ㅋ 나름 신선ㅋ




3. 글로켄슈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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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로 '종 연주' 대충 이런 뜻이라네. 우리가 잘 보아 알고있는 그 '실로폰'처럼 다양한 길이의 금속 판을 채로 두드려 맑은 종소리를 내는 악기임. 끝.

소리 궁금하면 서랍 뒤져봐.




4. 클라비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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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랑 약간 닮은 피아노의 전신임. 중세시대에 하프시코드와 함께 애용된 악기.

고대 그리스에 고안된 '모노코드(줄 하나의 길이를 조절해 음을 맞추는 악기)'에 줄을 여러개 달고 오르간의 건반시스템을 도입한 개량형 악기임.

하프시코드와 함께 중세 악기 투톱을 먹었던 역사가 있으나 피아노가 개발되면서 작은 음량 등의 단점을 커버하지 못한채 사장됨. 

그러나 바로크 음악의 붐이 불고 있는 현대에 화려하게 부활한 하프시코드에 비해, 애매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던 얘는

아직도 인기없는 고악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음...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 모음곡 1권' - 프렐류드 11번

아 좋다.근데 하프시코드와는 소리가 약간 다름 더 싼티난다고나 할까. 




5.하프시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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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와 더욱 비슷해진 악기. 쳄발로라고도 불림.

클라비코드나 피아노와의 차이점은 줄을 때리는것이 아니라 뜯어서 소리를 낸다는 것임. 

  구조상 음의 세기를 조절할 수 없었고, 음을 오래 지속시킬 수도 없었던 특징이 있었는데, 이 때문에 바로크 건반음악이 구조적으로 치밀해지고 꾸밈음이 많아졌다는 말도 있음.

바로크 시대에 작곡된 건반음악은 하프시코드로 들어야 제맛. 특히 바흐는 천국 직행...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 아리아

알베르트 슈바이처 - '고전시대 이전의 대작 가운데 이 곡만큼 현대의 피아노 스타일에 근접한 것은 없었다' 바흐 선견지명 많이 쩜. 

와 진짜 싼다. 천상의 음악 그 자체다. 전곡 들어라. 32번 들어라. 진짜 와... 쩐다.... 와... 진짜... 바흐....... 

하프시코드가 사실 바흐곡의 참매력이지만, 피아노로 연주하면 이루마니 유키 구라모토니 다 버로우시키는 달콤함을 들려줌. 

수많은 연주자들이 남긴 명연이 있으나 반드시 들어봐야 할 음반으로는 캐나다의 피아니스트였던 글렌 굴드의 음반 두 장(55년, 81년)이 있음...

인터넷 세상에서 전국구로 어그로를 끌고 다니는 좆고딩 X환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고생이 많지만,

지금은 천국에서 바흐 성님과 함께 3번째 굴드베르크를 녹음하고 있을것임.

어쨌든 이건 진짜 죽기 전에 1000번은 들어봐야될 바흐 최고의, 건반음악의 정수이자 지향점임. 평균율 좆까.

http://jsksoft.tistory.com/3790 <-여기서 피에르 앙타이의 하프시코드 연주음반이 있으니까 들어봐. 총 32곡임. 아리아, 변주곡 30개, 다시 아리아. 구성도 치밀

참고로 위 블로그 정말 좋음(홍보 아님...).



6. 피아노포르테, 포르테피아노, 함머플뤼겔, 함머클라비어

피아노의 아버지. 쳄발로를 개량해 음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게 만든 놈.





7.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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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이 필요없는 악기의 꽃. 소개하고 싶은 곡도 너무 많아서... 일단 쇼팽 왈츠나 유명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부터 들어봐.

피아노만을 위해 쓰인 곡이 장르불문 너무 방대한 분량이라 평생 다 듣기도 힘듬...






쇼팽 연습곡 op.25-11 '겨울바람'

쇼팽 에튀드는 다 들어봐. 곡도 그리 길지 않아 지루하지 않고, 예술성도 뛰어나서 입문용으로 괜춘함.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 아리아 (글렌 굴드 1955년 녹음) 

사실 이 글렌 굴드라는 피아니스트도 X환이처럼 어지간히 ㅂㅅ이었음. 이건 기회가 닿는대로 더 자세히 얘기할께.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 1악장 


피아노 협주곡 역시 피아노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장르임.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차콥, 슈만, 쇼팽, 리스트, 그리그, 라흐마니노프, 스크리아빈까지... 다 들어봐. 아 라벨도.





8. 파이프 오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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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가 악기의 꽃이라면 오르간은 악기의 왕.

일단 크기부터 압도함. 수천개의 파이프, 건반은 기본 3개에 많으면 7개까지, 발 아래에도 건반이 있고, 음색을 조절하는 버튼은 기본 80개에 수백개가 넘는 것도 있고...

교회나 성당의 한쪽 벽면을 아예 차지하고, 바람을 뿜어내기 위해 1800rpm짜리 모터를 돌리고, 가격은 싼게 몇억원대에 전자오르간도 수천만원을 호가하고... 

사람 키의 10배나 되는 어마어마한 관을 단 오르간도 있음. 음이 너무 낮아 인간이 들을 수 없을 정도로...그럼 왜 달았냐 

어쨌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악기임. 

어느 악기보다 웅장하고 장엄한 음을 뿜어내다가도 소박하고 경건한 멜로디를 내기도 하고, 때로는 경박하고 때로는 거룩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놀라운 악기

사실 난 성당을 다니는데, 우리 성당의 (파이프오르간에 비해)코딱지만한 전자오르간에서 나오는 디지털 사운드도 옆에서 들으면 진짜 지림. 몸이 떨림.

뭐 사실 오르간은 세속악기였으나 지금은 교회에서 가장 많이 쓰인다는 사실. 찬송가 반주용으로 전락했음... 

  그러나 악기 중의 악기, 하늘에 가장 가까이 닿을 수 있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악기는 바로 이 파이프 오르간임. 명언이다.







바흐 코랄 전주곡 '눈 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어'BWV 645 

오르간하면 바흐임. 한 10년 동안은 바흐가 쓴 오르간곡만 들어도 될 정도로...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 제 10 변주곡 아무거나 쳐도 간지임.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 - 2악장


오르간이 간지폭풍 빛을 발할 때는 고요 속에서 빵 터뜨려줄때가 아니겠음? 한번 이 곡도 들어봐. 진짜 피날레땐 미리 팬티 벗고 있어야 함. 
북스테후데 오르간 소나타 BuxWV 273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날까... 정말 숨이 턱 막힌다.





하이든 미사 Hob. XXII: 7 "작은 오르간 미사"


역시 오르간은 종교음악이 최고. 종교인이든 무신론자든 상관없음. 종교음악의 순수한 아름다움은 누구나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함. 




아! 내가 다 썼다! 새벽에 개뻘짓한듯. 리플이라도 많이 달렸으면 좋겠음. 3시간 넘게 걸렸어...